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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시집, 베스트셀러 작가

by yeonnnniii 2024. 12. 6.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책 소개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는 침묵의 그림에 육박하기 위해 피 흘리는 언어들이 있다. 그리고 피 흘리는 언어의 심장을 뜨겁게 응시하며 영혼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확인하려는 시인이 있다. 그는 침묵과 암흑의 세계로부터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렸던 최초의 언어에 가닿고자 한다. 뜨겁고도 차가운 한강의 첫 시집은 오로지 인간만이 지닌 언어-영혼의 소생 가능성을 점검해 보는 고통의 시금석인 셈이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수록된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밤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간결한 문장 속에 깊은 깨달음이 느껴지는 시 같다.

특히 한강작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이나 아픈 상처를 담백하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천오년 오월 삼십일, 제주의 봄바다는 햇빛이 반.

 

물고기 비늘 같은 바람은 소금기를 힘차게 내 몸에 끼얹으며,

이제부터 네 삶은 덤이라고

 

어린 새가 날아가는 걸 보았다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한강 작가의 책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처음으로 읽었었다.

이 시를 본 순간 제주의 아픔을 말하고 있다는 걸 진하게 느꼈다.*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시집을 읽으면서 가장 따뜻한 느낌을 준 시이다.

무언가 다가온 운명 또는 사랑에 거부함 없이 온전히 수용하는 느낌이라 따뜻하고 단단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받은 기분이다.*

 

자화상. 2000. 겨울

 

초나라에 한 사나이가 살았다

서안으로 가려고 말과 마부와 마차를 샀다

집을 나서자 사람들이 말했다

이보오.

그쪽은 서안으로 가는 길이 아니오

사나이가 대답했다

무슨 소리요?

말들은 튼튼하고 마부는 노련하오

공들여 만든 마차가 있고

여비도 넉넉하오

걱정 마시오. 나는

서안으로 갈 수 있소

 

세월이 흐른 뒤

저문 사막 가운데

먹을 것도 돈도 떨어지고

마부는 도망치고

말들은 죽고 더러 병들고

 

홀로 모래밭에 발이 묻힌

사나이가 있다

 

마른 목구멍에

서걱이는 모래흙,

되짚어갈 발자국들은

길 위의 바람이 쓸어간 지 오래

집념도 오기도 투지도

어떤 치열함과 처연한

인내도

사나이를 서안으로 데려다주지 못한다

 

초나라의 사나이.

먼 눈

병든 몸으로 영원히

서안으로 가지 못한다

 

*너무 허망하고 쓸쓸한 마음을 주는 시였다.

한강 작가의 특유의 표현들로 한 없이 무너지기만 하는 절망을 표현한 시 같다.*

 

효에게 中

 

괜찮아

아직 바다는 오지 않았으니까

우리를 쓸어 가기 전까지

우린 이렇게 나란히 서 있을 테니까

흰 돌과 조개껍데기를 더 주울 테니까

파도에 젖은 신발을 말릴 테니까

까끌거리는 모래를 털며

때로는

주저앉아 더러운 손으로

눈을 훔치기도 하며

 

*작가가 이 시를 낭독하는 걸 보았다. 아들이 바다에 오지 않는다고 말했던 추억을 가지고 지은 시라고 한다.

괜찮다고 다독이며 위로하는 모습이 마치 바다가 엄마가 되어 토닥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후기 

 

한강 작가의 책들은 솔직히 너무 어렵다.

그 구절들을 한 문장들을 한 단어들을 이해하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또 한강 작가의 책을 찾는 이유는 서서히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서 아닐까?

이 시집은 조용한 위로와 묵직한 아픔, 고통이 모두 들어 있는 시집이었다.

정신없고 지친 일상에서 빠져나와 어딘가 집중하고 싶다면 이 시집을 추천하고 싶다. 

모든 걸 잊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니까.

 

다음 작품으로는 소년이 온다를 읽어보려고 한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한강 작가의 책을 읽으면 역사를 다시 공부하게 된다.

작은 상징들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런 작품들은 읽을 때는 너무 힘들지만 나에게 큰 배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 시집을 읽는데도 여러 가지를 검색해 보고 찾아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처럼

다음 작품을 소개할 때도 좋은 리뷰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